태국을 울린 `통숙`… 여자역도 63kg 그랜드슬램 위업

30년 전 우리 모습을 보는 듯했다.

아시안게임 여자 역도 63㎏에서 우승한 통숙 파위나(27.태국)가 4일(한국시간) 도하 알다나 뱅퀴트홀에서 시상식을 마치고 걸어나오고 있었다. 태국 올림픽위원회(NOC) 임원들이 휴대전화를 들고 통숙에게 뛰어왔다.

"장관님 전화야. 통숙." 그녀는 전화를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체육부 장관님. 모두 성원해준 국민 덕분이죠." 그녀는 눈물을 글썽였다. 태국 사진기자와 방송기자들은 그 모습을 담으려 북새통을 이뤘다. 언제 누가 그랬는지, 통숙의 목에는 꽃다발이 걸려 있었다. 태국 NOC 임원들은 통숙의 옆에 바짝 붙어 서서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 카메라를 보며 포즈를 취했다. 외신기자들도 흥미를 갖고 달려들었다.

"누구에게서 온 전화냐? 가족? 남자 친구?" 태국 취재진이 '장관에게 걸려왔다'고 하자 고개를 갸우뚱했다.

요란스럽게 태국 전통 복장을 차려입은 사내 몇 명이 통숙 주변에서 덩실덩실 춤을 췄다. "휴가를 내 카타르 원정 응원을 왔다"는 캄통 반차는 "그녀는 태국 최초의 여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우리의 진정한 영웅"이라며 "태국이 그녀 때문에 울고 있다"고 했다. 타이 TV의 리포터 수말리는 "그녀는 태국에서 가장 인기 있고 존경받는 스포츠 스타"라고 전했다.

통숙은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그리고 쉬지 않고 달려왔다. 지난해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인상과 합계 2개 부문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던 통숙은 이날 용상(142㎏) 세계 기록까지 바꿔놨다.

이날 경기 내용과 결과는 태국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통숙은 무릎 부상을 안고 있었다. 중국 오양샤오팽(은메달)의 순서가 통숙보다 앞이었다. 인상 2차 시기까지 똑같이 110㎏을 들었지만, 오양샤오팽은 3차 시기에서 115㎏에 성공했고 통숙은 실패했다. 그러나 용상에 들어선 통숙은 오양샤오팽보다 10㎏나 무거운 142㎏을 들어올리며 기막힌 역전극을 연출했다. 그녀는 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을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도하=강인식 기자 /중앙일보 스포츠